대구 경신고등학교 수능 수석 이동건
대구 경신고등학교 수능 수석 이동건







표준점수 449점으로 전국서 1위
“킬러문항 없었지만 문학 어려워”
서울대학교 의예과 진학이 목표
“소외받고 아픈 사람 치료할래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인별 성적이 교부된 8일 대구 수성구 경신고등학교에서 만난 이동건(19) 군은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군은 ‘킬러문항’을 배제했다는 교육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2024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수학·탐구(2개 과목)의 합산 표준점수 449점을 받아 표준점수 기준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이 군은 탐구 선택과목 가운데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화학Ⅱ와 세 번째로 높은 생명과학Ⅱ을 택해 시험을 치렀고 생명과학Ⅱ에서 한 문제만 틀리고 나머지 문제는 다 맞췄다.
이 군은 한 문제를 틀렸지만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화학Ⅱ에서 만점을 받아 합산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 영역 만점자로 알려진 용인외대부고 졸업생 유리아(19) 양의 435점보다 14점을 앞섰다. 표준점수는 원점수 평균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자신의 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상대적인 점수로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고 영역과 선택과목에 따라 다르다.
올해 초 경신고를 졸업한 이 군은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난 후 성균관대 의예과에 합격해 입학했지만 서울대 의예과 진학을 위해 올 2월부터 서울 강남의 대형 입시학원인 ‘시대인재’에서 재수를 준비했다.
‘불수능’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이 군에게도 이번 수능은 쉽지 않았다. 이 군은 “절대적인 난이도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모의고사보다 쉽지는 않았다”며 “특별히 킬러 문항이라고 생각한 문제는 없었지만 국어의 문학 난이도가 어렵게 느꼈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대 의예과 진학을 목표로 재수를 결심한 탓에 ‘탐구영역 선택과목’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에 지원하려면 과학탐구에서 물리와 화학 중 한 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군은 화학Ⅱ와 생명과학Ⅱ 두 과목 선택 시 서울대 의예과는 가산점 5점을 주고 있어 이를 선택 과목으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이 군은 “재수학원에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화학Ⅱ와 생명과학Ⅱ는 선택 학생이 5~6명 남짓에 불과해 반이 없어지거나 명맥만 유지됐고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담임 선생님의 강력한 권유로 화학Ⅱ와 생명과학Ⅱ 2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정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군은 “개념과 기출문제 풀이를 메인으로 삼았고 학원에서 제공하는 실전 문제와 수능 특강 등을 통해 시험에 대비했다”고 했다.
그는 전국 수석 비결로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다양한 문제를 접한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이 군은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나 재수학원에서 1~2교시 때 밀도 있는 공부를 했다”며 “수능 문제가 전부 새롭게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본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숙지하고 다양한 문제를 접하다보면 문제 풀이나 사고의 단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성격 탓에 재수 생활이 쉽지는 않았다. 중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하고 고교 시절에도 실장을 도맡았던 그는 재수로 인해 몸무게가 13kg나 빠지는 등 건강도 나빠졌다고 한다. 그는 “학원 수업이 끝나면 영화를 보거나 소설 또는 인문철학 관련 책 등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시험도 끝났으니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평소 읽고 싶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란 책도 읽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군은 목표로 했던 서울대 의예과에 진학하면 ‘외과 전공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군은 “정말 힘든 사람들과 비교하면 큰 아픔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외롭고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